한국의 컴퓨터 역사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 산업화와 디지털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1960년대 도입기부터 1980~90년대의 본격적인 보급과 발전, 그리고 오늘날 글로벌 IT 강국으로의 도약까지, 한국은 컴퓨터 산업을 기반으로 전 산업의 고도화를 이끌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국 컴퓨터의 도입부터 현재까지 주요 흐름과 의미 있는 전환점을 중심으로 그 역사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도입기(1960년대~1970년대) – 초기 전자계산기의 등장
한국에 컴퓨터가 처음 도입된 시기는 1960년대 초반으로, 당시에는 ‘전자계산기’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1967년 서울대학교에 IBM 1401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국내 최초의 전자계산기 사용이 시작되었고, 이어 같은 해 한국은행에도 IBM 1401이 설치되어 금융 계산업무에 활용되었습니다. 당시의 컴퓨터는 단순 계산이나 데이터 정리에 활용되는 매우 고가의 장비로, 일반인의 접근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국가기관이나 대기업, 연구기관 중심으로만 제한적으로 도입되었고, 관련 인력도 대부분 해외 유학파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기술도입이 전적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 의존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초기 컴퓨터 환경은 매우 협소하고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부터 정부와 일부 대학,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정보처리 교육과 기술 확보에 나섰고, 이로 인해 점차 관련 전문 인력들이 양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정부는 1970년대 후반부터 전자 및 정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본적인 기술자립 및 시스템 개발을 위한 정책 기반을 마련하게 됩니다.
성장기(1980년대~1990년대) – 국산화와 대중화의 시대
1980년대는 한국 컴퓨터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이한 시기로, 무엇보다 중요한 사건은 국산 컴퓨터의 개발입니다. 1982년 금성사(현 LG전자)가 발표한 '금성 퍼스컴'은 한국 최초의 상업용 국산 개인용 컴퓨터였으며, 같은 해 삼성전자도 '삼보 컴퓨터' 브랜드를 통해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알렸습니다. 이 시기 정부는 '전자정보산업 육성 정책'을 통해 국산 컴퓨터 개발과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에 힘을 쏟았습니다. 특히 1987년 컴퓨터 교육의 의무화는 교육 시장에 대량의 컴퓨터 보급을 불러왔고, 90년대 초반에는 거의 모든 학교에 컴퓨터실이 설치되면서 학생들에게 컴퓨터가 필수 도구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윈도우 운영체제와 인터넷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이와 함께 PC방 문화, 웹사이트 개발, 게임 산업 등이 급속히 발전했습니다. 특히 한국형 운영체제 개발과 한글 처리 소프트웨어(한글과 컴퓨터 등)의 등장으로, 국내 컴퓨팅 환경이 독자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한국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IT 강국의 틀을 다지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대(2000년대~2020년대) –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진출
2000년대 이후의 한국은 단순히 컴퓨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보급하는 수준을 넘어, 디지털 인프라 전반을 주도하는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망의 전국 구축은 물론, 모바일 환경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 중심의 컴퓨팅 환경에서도 중요한 기반이 되었고, 컴퓨터 활용 방식이 데스크톱 중심에서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반 환경으로 전환되는 데 기여했습니다. 최근에는 AI 개발용 고성능 컴퓨터, 국산 CPU와 GPU 개발, 그리고 슈퍼컴퓨터 분야에서도 기술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누리온',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고성능 반도체 생산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는 국가 차원의 디지털 경쟁력을 상징합니다. 또한 2020년대 들어서는 비대면 산업의 급성장으로 인해 원격근무, 온라인 교육, 클라우드 기반 업무 환경이 표준화되었으며, 이는 컴퓨터 기술이 단순한 ‘기기’에서 벗어나 ‘서비스 인프라’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 디지털 뉴딜 정책, AI 윤리 개발 등도 한국의 컴퓨터 기술이 단순 기술을 넘어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한국의 컴퓨터 역사는 기술 도입에서 국산화, 대중화, 그리고 글로벌 리더십 확보까지 긴 여정을 거쳐왔습니다. 단순한 기계의 발전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 경제 구조를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컴퓨터는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역사를 통해, 미래 디지털 시대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통찰과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 흐름 속에서 기술을 활용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나야 할 때입니다.